비 내린 아우내, 詩로 되살아난 그날의 함성
아우내의 함성, 詩로 피어나다
[문화복지신문 = 장종열 기자] jcwntv@naver.com
비 내린 아우내, 詩로 되살아난 그날의 함성
아우내의 함성, 詩로 피어나다
폭우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12년의 약속… 제145회 유관순 애국 시낭송
[문화복지신문 = 장종열 기자] jcwntv@naver.com
거센 빗줄기가 충남 천안 병천의 아우내를 적셨다.
그러나 107년 전 이곳을 뒤흔들었던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지난 2026년 9월 1일, 충남 천안 병천 아우내독립만세기념공원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고 순국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한 유관순애국시단 창립 12주년 기념 제145회 정기애국 시낭송 행사가 열렸다.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행사장 주변에도 빗물이 흘렀고 참석자들은 천막 아래에서 비를 피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1919년 4월 1일, 유관순 열사와 수많은 주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아우내의 역사였다.
비에 젖은 아우내에서 다시 울려 퍼진 것은 총성과 절규가 아니라 시와 노래, 북과 장구 그리고 다음 세대 아이들이 만들어낸 힘찬 난타 소리였다.
■ 12년 동안 매월 1일 지켜온 아우내의 약속
이번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한 번의 기념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관순애국시단은 2014년 9월 겨레시인 성재경과 뜻을 함께한 애국인들이 모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매월 1일 아우내를 찾아 시를 낭송하고 순국선열을 기억하는 행사를 이어왔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려도, 무더위와 추위가 찾아와도 그 약속은 계속됐다.
그렇게 이어온 시간이 어느덧 12년.
이번 행사는 그 긴 여정 속에서 맞이한 제145회 정기애국 시낭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남겼다.
한 번의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같은 장소를 찾아 매월 같은 뜻을 되새기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이날의 행사는 단순한 문화공연을 넘어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오랜 약속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 1919년 아우내의 함성을 기억하다
아우내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장소다.
1919년 4월 1일, 이곳에서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주민들이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나라를 빼앗긴 시대, 태극기 한 장을 손에 들고 거리로 나선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날 아우내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독립을 외쳤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순국자들이 발생했다.
10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날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그 역사를 잊지 않았다.
행사 1부는 이정수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애국가 제창에 이어 아우내 만세운동에서 순국한 열아홉 분의 영령을 기리는 묵념이 엄숙하게 거행됐다.
빗소리가 천막 위를 두드리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잠시 이어진 침묵은 백여 년 전 이 땅에서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향한 감사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다가왔다.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이어 한민교 회장의 인사말과 이수연 대표의 축사가 진행됐으며 장기일 고문의 선창에 따라 참석자들이 힘차게 만세삼창을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세 번의 만세가 아우내에 울려 퍼지는 순간, 백여 년 전 이곳을 가득 메웠을 함성이 오늘의 목소리와 겹쳐졌다.
■ 詩가 역사를 만나고, 예술이 기억을 이어가다
2부 문화예술 무대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엄숙했던 추모의 시간이 지나고 시와 음악, 장구와 북이 어우러진 문화예술의 장이 펼쳐졌다.
심재은은 시 ‘6월에 유관순’을 낭송하며 유관순 열사의 정신을 되새겼고, 장복희는 시 ‘목도리’, 이정수는 시 ‘분배하라 그대여’를 통해 각자의 목소리로 시대와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합동 시낭송과 성악, 장구와 노래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이어졌고,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참석자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전문 예술인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었다.
시민과 학생, 시낭송가와 예술인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아우내의 역사를 문화예술을 통해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 북을 두드린 아이들… 아우내에 울려 퍼진 새로운 함성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병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선보인 어린이 공연과 난타 무대였다.
어린 학생들이 힘차게 북채를 들어 올리고 북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행사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두’둥! 둥! 둥!’
힘찬 북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아우내에 울려 퍼졌다.
어른 못지않은 집중력과 연습량을 짐작하게 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은 현장을 찾은 참석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그 북소리는 단순한 공연의 소리만은 아니었다.
1919년 아우내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선조들의 함성이 2026년 어린 세대의 북소리로 다시 이어지는 듯했다.
역사를 책 속의 몇 줄로만 배우는 것과 역사가 일어났던 바로 그 장소에서 몸으로 표현하고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르다.
학생들이 두드리는 북소리에는 과거를 기억하는 마음과 앞으로 그 정신을 이어갈 새로운 세대의 힘이 함께 담겨 있었다.
어쩌면 이날 가장 의미 있는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이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백여 년 전에는 어린 유관순이 나라의 독립을 외쳤고, 오늘의 아우내에서는 또 다른 어린 세대가 문화와 예술을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었다.
■ 겨레시인 성재경, 시로 역사를 기록해 온 시간
이번 행사의 중심에는 오랫동안 우리 역사와 인물을 시로 기록해 온 겨레시인 성재경의 발걸음도 있었다.
성재경 시인은 독립운동가와 역사적 인물들의 삶과 정신을 시로 기록하며 잊혀가는 역사를 다시 불러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에게 아우내는 단순히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아니다.
유관순 열사의 정신을 기억하고 그 뜻을 후대에 전달해야 한다는 약속의 공간이며, 12년 동안 수많은 사람과 함께 시를 통해 나라사랑의 의미를 되새겨온 현장이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1일’이라는 날짜는 달력에서는 평범한 하루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매월 1일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다시 아우내에 서는 날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한 해가 되고, 마침내 12년의 기록이 됐다.
■ 폭우도 막지 못한 사람들의 발걸음
문화복지신문 취재진 역시 이날 현장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거센 비로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이동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지만, 취재진은 아우내에 도착해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미 행사의 일부가 진행된 뒤였지만 천막 아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석자들, 공연을 준비하는 출연진, 힘차게 북을 두드리는 학생들, 시를 낭송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날씨보다 더 강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을 기록한다는 것은 모든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미처 카메라에 담지 못한 순간까지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러나 그것 또한 현장 취재의 기록이다.
비가 내리고 예정과 다른 상황이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도 끝까지 행사를 이어간 사람들의 모습은 이번 취재가 남긴 또 하나의 중요한 장면이었다.
■ 107년 전 함성에서 오늘의 문화예술로
유관순애국시단은 앞으로도 시낭송을 비롯해 민요, 고전무용, 가요, 북과 장구, 난타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재능기부를 통해 우리 역사와 나라사랑의 정신을 이어갈 계획이다.
역사는 기록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신을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새로운 세대가 있어야 한다.
2026년 9월 1일.
비 내리는 아우내에서 어른들은 시를 낭송했고, 예술인들은 노래하고 장구를 두드렸으며 아이들은 힘차게 북을 울렸다.
그 소리는 서로 다른 듯했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1919년 아우내에서 시작된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은 107년의 세월을 건너 이날 다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북소리가 됐다.
비는 계속 내렸지만 행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우내의 기억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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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문화복지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