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사용자가 결정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근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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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리자

근로조건

[노동법률] 이준영 법무법인 율촌 공인노무사

1.들어가며

근로관계에서 임금은 중요한 근로조건으로, 노사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직책 또는 직무의 변경 등으로 상기 급여는 변경될 수 있다’라거나 ‘인사고과에 따라 상기 급여는 조정될 수 있다’ 등과 같은 임금 조정 근거규정이 있다면 이에 근거해 사용자가 근로자의 기존 임금수준을 임의로 삭감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위와 같이 임금에 대한 결정 권한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임금 삭감의 근거가 된 직무·직책 등의 변경이 정당하지 않거나 인사고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때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돼 그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이에 관한 노동위원회 판정례와 판결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판정례 및 판결례

가. 직책 및 직무 변경 조치에 따른 임금 삭감의 경우

직책 및 직무 변경 조치에 따라 임금 감소가 발생한 경우(직책 및 직무에 따라 급여 등급을 부여하는 경우 또는 직책수당·직무수당이 감소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임금 감소 그 자체가 다투어지지는 않으며 임금 감소의 원인이 되는 직책 및 직무 변경조치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즉 해당 전직 처분의 적법성이 문제된다.

판례는 전직 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당해 전직 처분 등의 ⑴업무상의 필요성과 ⑵전직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⑶전직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으로(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임금 감소라는 사정은 경제적 불이익이므로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위원회 및 법원에서 전직처분의 정당성이 문제된 사례에서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 불이익 비교·교량에 있어 임금 감소라는 사정이 주된 요소로 고려된 사례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보직 해임으로 인해 점장에게 지급됐던 업무추진비 미지급과 기준급 조정으로 인한 임금 감소 등의 생활상 불이익은 사회통념상 감수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례(중앙노동위원회 2017. 9. 19. 2017부해747 판정),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임금 수령액의 감소 등의 불이익이 있음을 인정되나 결원이 예상돼 인사발령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근무형태 변경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등 다른 근로자와 균형성 및 관행 등을 고려해 생활상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넘어선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경북지방노동위원회 2003. 7. 28. 2003부해89 판정), 업무내용이 위 원고들에게 익숙한 정비 업무에서 차량 운전 업무로 변경되며 급여가 감소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전직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16. 선고 2011가합9803 판결, 확정됨)가 있다.

반면, 전직처분의 정당성이 부정된 사례로 특별한 잘못이나 사유가 없으면 해당 직급에 맞게 직책이 부여돼 왔는데, 자의적 평가기준 등을 통해 사실상 직책강등을 수반하고 임금을 큰 폭으로 낮추는 전보는 인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중앙노동위원회 2015. 9. 2. 판정 2015부해524), 다른 직원이 수행하는 방법 등이 있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전보 및 인사명령으로 인해 근로자의 급여에서 직책수당(금 50만 원)과 특정업무수당(금 8만 원)이 제외됐는데, 이는 근로자의 임금이 대폭 삭감되는 피해가 발생하게 됨으로써 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의 생활상 불이익을 벗어난다고 본 사례(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22. 7. 21. 2022부해1280), 전보발령 이전과 이후에 원고가 받을 수 있는 임금총액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지만, 그 구성면에서 기본급이 줄어들고 성과급의 비중이 많이 높아졌는데, 원고가 충분한 영업실적을 올리기는 어려워 보이므로 임금체계 면에서도 원고에게 불이익 (…) 위와 같은 이례적 전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본 사례(서울고등법원 2011. 2. 1. 선고 2010누19845 판결, 확정됨)가 있다.

노동위원회 및 법원은 전직 처분의 정당성 판단에 있어 위의 ⑴, ⑵, ⑶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고 있는바, 임금 감소에 대한 논의만으로 전직 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위의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임금 감소는 생활상 불이익과 관련된 여러 요소 중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임금 감소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사례들을 살펴보면 근무지 변경, 업무 변경 등 생활상 불이익과 관련된 여러 요소들이 소폭 변경됐고 특히 임금 감소가 없다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해당 전직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해당 직책·직무 변경이 과거에는 전례가 없는 인사발령인지, 다른 근로자와 균형성 및 종래의 관행을 감안하더라도 특별히 해당 근로자에게만 생활상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사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인사고과 결과에 따른 연봉 삭감의 경우

근로계약 체결 시 계약의 내용을 취업규칙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취업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1. 26. 선고 97다53496 판결 참조),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에서 연봉이 삭감될 수 있는 조건을 정한 경우 해당 조건이 성취된다면 연봉이 삭감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법원도 아래와 같이 기본적으로 회사 내부 규정에 근거를 둔 임금 삭감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급심 법원은 회사 내부 인사평가시행지침에 근거해 인사고과 F등급을 부여받은 근로자의 기존 연봉 1%를 삭감한 사안에서 “이는 이 사건 인사고과 자체의 결과라기보다는 능력과 업적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능력주의를 실현함으로써 근로의식을 고취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에 이루어진 보수기준 등에 관한 합의의 결과라고 할 것”이라며 인사고과에 따른 임금 삭감의 정당성에 대해 설시한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11. 7. 14. 선고 2010구합32587 판결, 확정됨).

또한, 기존 근무실적평가에 따라 연봉을 3% 삭감하기로 한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이 갱신된 사안에서도 연봉 삭감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서울행정법원 2006. 4. 25. 선고 2005구합36455 판결, 확정됨), 취업규칙 개정에 따른 직무밴드 도입으로 근로자의 연봉이 10% 삭감된 사안에서 취업규칙에 근거한 연봉 삭감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8. 14. 선고 2017가단232628 판결, 확정됨)가 있다. 특히,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가단232628 사건에서는 근로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용자의 연봉 통보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노동위원회 판정 중에는 (직접적인 판단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나) 합리적 이유 없이 전년도 연봉의 1000만 원(37%)이나 삭감하는 것은 근로자의 사직을 유도한 것으로 본 사례가 있다(중앙노동위원회 2007. 1. 24. 2006부해756 판정).

위와 같이 취업규칙 등에 근거해 연봉제 직원에 대한 연봉 삭감이 가능한 경우에도 그 삭감액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과도하게 축소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이는 권리남용이거나 사회통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판단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인사고과에 의한 근로기준 축소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에 대해 선례가 많지 않고, 정당성이 인정된 사례(위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가단232628 판결 : 10% 삭감)와 부정된 사례(위 중앙노동위원회 2006부해756 판정 : 37% 삭감)의 간극이 커 명확한 기준이 될 만한 범위를 제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1. 마무리

임금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근로조건이라는 것이 원칙이나, 실무상 사용자가 성과에 기반한 연봉제, 수행 직무·직책 등에 기반한 보상제도를 운영함에 따라 임금에 대한 결정 권한이 사실상 사용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임금에 대한 결정 권한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을지라도 근로자의 연봉이 인상되는 경우 또는 삭감되는 경우이든 적용되는 일률적인 연봉협상 절차를 마련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두는 것이 분쟁의 방지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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