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기사 내용과 사진은 다름)
[복지] 뇌성마비 제자와 헌신한 스승, 박사 졸업과 퇴임 함께하다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을 함께 한다면 기적이 됩니다.”
심한 뇌성마비로 일상 대화조차 어려웠던 한 청년이 9년의 시간 끝에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그 곁에는 한결같이 헌신한 스승이 있다. 대구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친 유장군(27) 씨와, 그를 지도해온 최성규(65) 교수의 이야기다. 오는 2월 말, 이들은 마지막 졸업식을 함께하며 교정을 떠난다.
역경 속에서도 빛난 스승과 제자의 인연
유장군 씨와 최성규 교수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에 입학한 유 씨는 가족 없이 홀로 장애와 싸우며 학업을 이어갔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지만, 입학금 300만 원이 부족했다. 그때, 최 교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7,600만 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참스승이었다.
‘콜라병 뚜껑을 따주는 사이’
두 사람은 서로를 “콜라병 뚜껑을 따주는 사이”라고 부른다. ‘콜라대장’이라는 별명이 있는 유 씨는 손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병뚜껑을 따기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최 교수는 자연스럽게 뚜껑을 열어주었고, 이는 둘 사이의 특별한 유대를 상징하는 작은 행동이 되었다.
학문의 길, 한계를 뛰어넘다
유 씨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관심 있는 강의는 최대 7번까지 청강하며 지식을 쌓았다. 박사 과정 동안 단독 또는 제1저자로 7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 중 2편은 국제학술지(스코퍼스 등재지)에 게재됐다. 연구 주제도 장애인의 교육과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최 교수와 공동 집필한 ‘장애인 교원의 교직입문 전과 후의 교직발달에 대한 질적 연구’ 논문은 한국지체·중복·건강장애교육학회 학술지에 게재되며 학계에서도 주목받았다. 최 교수는 유 씨에 대해 “학점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실질적인 배움을 위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졸업과 퇴임, 그러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오는 21일 대구대학교 경산캠퍼스에서 열리는 대학원 학위수여식에서 유 씨는 문학 박사 학위와 함께 우수연구상, 총동창회장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같은 자리에서 최 교수는 정년퇴임을 맞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동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유 씨는 학자로서의 길을 걸으며, 최 교수는 앞으로도 장애학생 교육을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한 9년,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는 두 사람.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학업의 성취를 넘어, 진정한 배움과 나눔의 가치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