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착륙 실패 뒤 통제력 잃은 듯… 동체 착륙 10여초 뒤 ‘쾅’ [제주항공 무안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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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리자

1차 착륙 실패 뒤 통제력 잃은 듯… 동체 착륙 10여초 뒤 ‘쾅’ [제주항공 무안 참사]

사고 당시 상황 분석

1차 착륙 직전 2번 엔진서 흰 연기 발생
승객, 가족에 “새가 날개에 꼈다” 메시지

고도 높여 큰 선회로 ‘복행’해야 하지만
엔진 불능 탓 충분한 고도·시간 못 가져
활주로 끝 아닌 중간 착륙 오버런 가능성

랜딩기어 안 내려와 인명 피해 더 커져
국토부, 기체결함 가능성 추후 조사 계획

[문화복지신문= 장종열기자jcwntv@naver.com]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29일 오전 1시30분쯤(현지시간) 태국 방콕 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예정시간에 맞춰 8시59분 무안공항에 도착해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무안공항 01 방향 활주로로 착륙하려던 7C2216편은 1차 착륙에 실패하고 복행(고어라운드)을 한 끝에 9시3분쯤 2차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공항 시설물과 충돌, 폭발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들을 보면, 1차 착륙 직전 항공기 오른쪽 날개에 있는 2번 엔진 배출구에서 갑자기 흰색 연기가 배출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시 한 탑승객은 가족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 하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장의 버드 스트라이크 기내 안내를 듣고 가족에게 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시간 무안공항 인근의 낚시객도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온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목격담을 전하기도 했다. 생존 승무원 역시 구조 직후 버드 스트라이크를 사고 원인으로 진술했다는 당국 발표도 있었다.

철새 도래지가 많은 전남 해안 인근 공항은 이 새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겨울철에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안공항도 공항 주변에 새 군집지로 분류되는 지역이 다수 포진한 곳이다.

주종환 국토교통부 항공실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파악한 경위로는 활주로 01 방향으로 착륙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 줬다고 한다.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구조요청) 선언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1차 착륙 시도 실패 뒤 항공기는 급격히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기는 복행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항공기는 복행 시 다시 고도를 높여 넓게 공항 상공을 크게 돈 뒤 착륙을 시도하지만 7C2216편은 1차 착륙을 시도했던 01 방향 역방향인 19 방향으로 2차 착륙을 시도했다.

주 실장은 “당시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내줘서 조종사가 수용하고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 지나서 담벼락에 충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화재가 발생한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충분한 복행 고도와 시간을 갖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항공기가 활주로 끝부분이 아닌 중간쯤에서 비상 동체 착륙을 해야만 해 오버런 가능성을 키웠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동체 착륙이 랜딩기어를 통한 충격·속도 흡수기능이 없어 더 큰 활주 거리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항공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해 담벼락에 충돌했고 이후 폭발하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 항공기가 동체 착륙하고 충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여초에 불과했다. 항공기는 착륙 시 속도는 시속 260∼300㎞로 알려져 있다.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이유도 향후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통상 항공기는 엔진이 하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엔진이 작동한다면 상당 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또한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종사들은 엔진 손상 정도에 따라 사고 엔진을 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엔진 두 개에 모두 새가 빨려 들어갔거나 다른 이유로 항공기의 출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랜딩기어 전개에 실패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항공업계에선 1차 착륙 시도 때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엔진에 충격을 가해 랜딩기어 기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연철 한서대 항공학과 교수는 “엔진이 만약에 작동을 안 하면 유압으로 움직이는 랜딩기어가 그 영향을 받아 정상 작동을 안 할 수 있다”며 “엔진이 두 개 다 문제가 생겼다고 그러면 아무것도 작동을 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체 결함 가능성도 향후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체에 대한 정비 이력 등을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다. 항공법 따라 정비 주기가 있고 한데 철저히 지켰는지 보겠다. 특히 사고 항공기의 ‘안전장애’가 많이 있었는지 비교해봐야 할 것 같다. 보고가 있거나 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의 두 가지 블랙박스 가운데 비행기록장치의 수거를 마쳤다고 전했다. 나머지 음성기록장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사고 상황과 원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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