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하나에 멈춘 디지털 정부”…’카카오 사태’ 교훈 잊고 전산망 마비 초래
[문화복지신문= 장종열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647개에 달하는 정부 주요 시스템이 일제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6일 리튬 배터리 화재로 정부 전산망의 심장이 멈추면서 우편, 택배 등 대국민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디지털 정부’의 허술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3년 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민간에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강력히 요구했던 정부가 정작 자체적으로 재해복구(DR)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자체 운영하는 ‘지(G)-클라우드 존’ 전산실에서 발생했으며, 해당 구역 시스템 복구를 위해서는 서버와 클라우드의 재해복구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재해복구 시스템의 개념: 화재 등 재해 발생 시 즉시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동일한 환경의 ‘쌍둥이’ 서버·클라우드를 외부에 두고 이중화 체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 미흡한 현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일부 서버에 한해서만 재해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 도입된 클라우드와 다수의 서버에는 재해복구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관계자 시사: 이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브리핑에서 “대전 본원과 광주 분원에는 재해복구 시스템이 최소한의 규모로만 구축돼 있다”며, 재해복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2년 전 정부 전산망 장애 사태 이후 **’장애 발생 시 3시간 이내 복구’**를 약속했으나 이번 사고에 속수무책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멈춰선 시스템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는 정부 업무 서비스(1600여개) 중 **약 4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민간엔 엄격, 정부엔 허술…’카카오 사태’ 교훈은 어디로?
이번 사태는 정부가 민간 기업에 요구했던 재난 관리 기준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 카카오 사태와 이중화 요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개선책으로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요구하며, 플랫폼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구글, 쿠팡 등을 ‘재난관리 의무 대상 기업’으로 확대했습니다.
- 민간 요구 사항: 민간 기업에게는 서비스 차질 방지를 위해 동작(액티브) 서버가 멈출 경우 대기(스탠바이) 서버를 외부 데이터센터로 분산할 것과, 나아가 ‘동작-동작’ 형태의 동시 가동 이중화까지 주문했습니다.
- 정부 전산망 관리 부재: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민간 사업자 관할일 뿐, 정부 전산망 이중화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어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행안부의 ‘예산 통제’ 지침이 사태 악화?
정부 전산망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행안부의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예산 통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 예산 확보 지연: 정부 시스템은 대민 파급도 등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뉘는데, 행안부는 지난해 4월 ‘1·2등급 정보시스템에 대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투자 금지’ 지침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 투자 연기: 이는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재해복구 시스템의 예산 투자 방향을 2026년 이후로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 결과: 이로 인해 관세청, 경찰청 등 다수의 기관이 올해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현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통합운영관리시스템(nTOPS)의 재해복구 시스템을 ‘동작-동작’ 형태로 시범사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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